노충현 개인전 : 그늘 Shade
2021. 10. 27. 14:48
노충현 작가의 그림은 맞은편 서점에 전시한 <망원의 눈>까지 총 13점이 있었다.
전시 작품 리스트. 작품명을 보면 그림과 그 속의 사람, 꽃, 공기의 색이 떠오른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글, 혹은 전시 도록에 있는 글이 좋다. 작품에 대한 사유과 고민이 구체적이고 자세해서 감동적이다. 작품 앞에 서서 '이렇게 깊이 생각해서 그렸구나' 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있었다.
일련의 그림들에서 그 배경이 되었던 모래내(홍제천) 근처에 살았던 적이 있다. 언니한테도 그곳은 익숙하다. 자전거를 타고 자주 갔던. 어떤 날에는 지쳐서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달려서 돌아오는 길이 막막했다고 한다. 단순히 여가라고 하기엔 생각이 많았던 산책을 떠올린다.
화가에게는 까다로운 대상이 있다고 본다. 내게, 기피하거나 까다로운 대상이 있게 된 것은 마음과 회화적 기술의 문제 때문이었다. 밤과 자연이 그러했다. (…) 단순히 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밤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잘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래내의 밤 풍경을 그리면서 근원 김용준이 쓴 조선 회화에 대한 글에서 밤-어둠에 대하여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밤은 캄캄한 것이 되기보다는 캄캄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귀였다. 당시에는 조명이 없었으니 칠흑 같은 밤이었을 것이다. 그는 어둡게 칠하는 것을 일차원적인 접근이라 생각했다. 밤은 검게도 밝게도 칠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중요한 것은 예술적 조형을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가에 있다고 했다.
(노충현 작가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