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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녀
휴일 인턴
2023. 5. 5. 01:14
이제는 비판 받고 있는
'처녀작'이라는 단어를
사실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는 스스로 처녀라고 느낀 적이 없었다.
어릴 때는 이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몰랐다. 치읓(ㅊ)의 차가운 어감 때문에
'설녀'와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 들였다.
처녀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이미 순결하지 않았다.
나에게 '처녀작'이란
사람을 해치려는 악의가 없는 착한 설녀와 비슷한 것으로
그런 존재가 거리에 내건 차가운 그림으로서
오랫동안 남아 있다.
나는 설녀가 되고 싶었다.
착한 요괴가 되고 싶었다.
사람을 해칠 힘은 있으나
그러지 않는
순수한 마음씨의 위험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나는 언제나 하찮았다. 집에서도. 학창시절에도. 사회 안에서. 그밖에 혼자일 때조차. 편했지만 좋았던 것은 아니다. 뜻밖에 행복이 있었다. 위치나 처지와 관계없이. 아마 태어날 때부터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지금까지 통속적 의미의 '처녀'라면 반 정도는 '설녀' 같았을까?
후후..
(잠이나 자러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