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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받을 만큼은 아닌 것 같아"영상 기피 2026. 6. 19. 10:24
점점 내 눈 속에서 투우사도 소도 관객인 내가 그곳에 서 있게 한 것 같았다. 내가 소를 죽이는 기분이었다. 군중과 문화 그 모든 것들이 한 데 모여서. 대면을 싸움으로 몰아 넣듯이. 고통을 견디는 일보다 고통 자체가 되는 일을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양손으로 힘껏 잡아 올려서, 발이 공중에 떠야만 입을 수 있었던 빛의 의상도 고통이 되는 과정이었다. 대중 앞에 선다면 진실해진다는 말에 얼만큼의 무게를 실을 건지 매순간 결정해야 한다. 뛰어난 투우 경기를 펼친 투우사는 넘어뜨린 소의 귀를 받는다. "귀를 받을 만큼은 아닌 것 같아" 그 말이 계속 남아있다. 하지만 로카 레이는 귀를 들고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았다. 연속되는 투우 경기의 위험한 긴장, 죽음과 생이 서로를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내려 한다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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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의 아름다움: 〈힐튼서울 자서전〉을 중심으로공간 스터디 2026. 4. 22. 18:18
아르바이트 끝나고 길을 걷다가 서울대학교 박물관의 수요교양강좌 ‘건축의 기억: 쌓이고 겹쳐진 풍경’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보았다. 홈페이지에 가보니 신청 마감 안내가 있어 포기하고 있었는데, 4회차에 잔여석이 있을까 전화 문의를 해보고 나서 자유 수강이 가능한 점을 알게 됐다. 4회차는 피크닉에서 열었던 전시 ⟨힐튼서울 자서전⟩의 다채로운 사료를 다루었다. 강사는 정다영 큐레이터였으며 장소와 시간에 관한 질문을 거듭 던지며 이어지는 심층적인 고민이 인상적이었다. 한 장소의 가치와 그것의 보존가능성을 여러 측면에서 폭넓게 수집한 과정, 그러한 고민이 어떻게 전시로서 이어졌는지 사진 자료를 곁들여 들을 수 있었다.강의의 주제는 내가 지속하는 연구와 관련이 깊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강의 시작 후에 소개된 책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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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말라”SW 2026. 4. 16. 14:27
주임님은 이렇게 조언한다. “두려워 말라” 아무래도 천사. 아침에 매머드커피에서 커피를 샀다. 너무 연했다. 주임님은 내가 추천한 책 블랙홀을 예약하셨다고 한다. 그 책을 다 읽으시고 나면 내 소설을 읽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번 달 말이면 자음과 모음 신인상 결과 발표가 난다. 동시대 작가들의 소설 읽기를 미루게 된다. 흥미 있는 작가가 생겼다. 예소연. 조만간 읽어 보려 한다. 엔트로피도 다시 읽을 거다. 가급적 블랙홀도 한 번 더. 그렉 이건의 내가 행복한 이유를 티티에스로 듣다가 깊이 잠들었다. 버스에서. 어제도 버스에서 요란하게 졸았는데. 능률을 높이자는 다짐은 집으로 돌아온 순간 결벽증 환자의 비누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런 나를 좋아한다. 독촉할 필요는 있다. 그런 필요도 좋아한다. “조급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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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SW 2026. 4. 15. 15:46
사랑할 만한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오랫동안 그런 문장을 쓰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에세이에서 단서를 얻을 수 없다. 성능 좋은 악기를 보관하던 케이스를 잃어버렸다. 그것은 본래 케이스만 있었다. 언제든 뚜껑을 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스텝을 밟았다. 허황된 믿음을 항하여 의연한 미소가 필요하다. 한편, 자극적인 소재로 스스로를 재미있게 해 주고 싶다. 평온한 일상에 간간히 적의를 품는 이유다. 다시 시를 쓰기 위해, 혹은 시에 대한 고민에서 멀리 달아나기 위해 새 창을 띄우고 일기를 쓰고 있다. 친구들을 떠올리거나 미지의 연인을 상상해 보아도 그다지 편지를 쓰고 싶지 않다. 메모에는 수요일과 화요일에 커피를 마시는 시간과 장소. 이 볼펜으로 쓴 글씨는 반투명한 고무로 문지르면 지울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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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생산 145~146공간 스터디 2025. 12. 29. 16:51
계측된(공통의 단위, 다시 말해서 화폐로 환원된) 사물이나 생산물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것들은 사물과 생산물로서의 진실을 은폐했다. 물론 이것들은 나름대로 사물과 생산물의 언어를 빌려, 자기들이 가져다주는 만족감과 충족시켜주는 욕구에 대해 자랑했다. 사물과 생산물은 자기들이 내포하는 사회적 노동 시간과 생산 노동, 그리고 착취와 지배라는 사회적 관계에 대해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사물과 생산물의 언어는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진실을 말하는 데에도 유용하지만 거짓을 말하는 데에도 소용된다. 사물은 거짓말을 한다. 자신의 근원(사회적 노동)에 대해 거짓을 말하고, 그 근원을 숨김으로써 상품이 된 사물은 절대적인 것으로 우뚝 선다. 생산물과 그것이 (공간 안에서) 만들어내는 회로는 물신화되며, 실재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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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생산 135~136공간 스터디 2025. 12. 29. 15:49
하나의 도시를 놓고 생각해보자. 도시란 역사의 어떤 시기에 사회적인 활동에 의해 점유되어, 거기에 맞게 조정되고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러한 도시는 작품인가, 생산물인가? 베네치아를 생각해보라. 작품이 유일하며 독창적이고 근원이 되는 것이라면, 작품이 하나의 공간을 점유하면서 하나의 시간과 연결되는 것이라면, 다시 말해서 탄생과 쇠락 사이에 위치하는 성숙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베네치아는 작품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베네치아는 하나의 회화 작품이나 조각 작품만큼이나 강렬한 표현력과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유일하며 통일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표현력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니,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누구의 표현력이며 의미란 말인가?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