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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무언가 찾으리란 기대는 없지만, 두부를 넣은 라면이라든지, 엄지 발가락 부분이 뜯어져 버린 어그부츠보다는 낫잖아. 방문한 모든 편의점에 의혹이 남아. 알바하는 아저씨들, 어느 나라 사람일까? 고등학생도 있어. 요새는 고등학생이 실종된 것 같잖아. 중학생은 중학생처럼 보이지만, 고등학생은 성인처럼 보이지. 사람들은 사회성 떨어져 보이는 어른에게나 고등학생 같다고 말해.
무거운 스웨터만을 책임지고 싶어. 짊어진 만큼 따뜻해진다면. 아무도 스웨터처럼 친절한 약속을 해주지 않는다구. 난 쌀쌀맞은 겨울을 나고 있어. 기분이 나빠. 이상하지.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난 저 문장을 다시 삭제할 수밖에 없어. 지금은 그러지 않을래.
아무것도 반복하기 싫어진다. 반복할 바에야 번복하고 말지. 차라리 나빠지는 편이 좋지 않을까? 나는 수평적이거나, 수직적인 것이 둘 다 답답해. 핑킹가위나 펀치 기계처럼 하면 안 되는 걸까. 위산이 역류하거나 쓰레기통을 쓰러뜨리는 것처럼. 조금은 잘못되어야 하는지도 몰라. 나는 글을 쓰기에는 너무 얌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아니, 글을 쓰는 직업을 갖기에는 너무 음침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그렇지만 이런 나를 벗어나기 싫어. 내가 벗을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스웨터 정도일 거야. 그것도 따뜻한 실내에 들어섰을 때에만. 다들 감기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