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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도약SW 2025. 6. 12. 12:30
오랜만에 악뮤의 낙하를 들었는데아이유 노래는 무척 섬세하고 시니컬하게 들리고수현이 목소리는 허무하면서 기도처럼 들려서재밌고 좋았다카페까지 걸어 오면서 또 한 번 길을 잘못 들었다횡단보도를 건널 타이밍을 놓쳐서 이상한 방향으로 갈라진 오르막을 끝없이 오르기도재밌는 책을 읽고 싶지만집중이 잘 안 된다운동할 때는집중할 수 있다아까 육교 밑을 지나가는데 까마귀가누굴 부르듯이 계속 혼자 울었다이 녀석이다. 나한테 열 장 정도 찍혔는데 모르는 것 같다. 육교 위에 올라왔을 때 난간에 앉아 있던 직박구리가 날아 올랐다. 그 새는 비행 도중 날개를 뒤로 젖히고 나루토 런 자세로 점프하듯 위로 쏘아져 올라가며 빠르게 고도를 높였다. 난 그 모습을 좋아해서 멍하니 보고 있었다. 꼭 수면 위로 튀어 오른 물개 같다. 날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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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SW 2025. 6. 11. 11:21
이런. 뭐라 할 말이 없다. 일을 열심히 하자. 그게 살 길이니. 또 글도 놓지 말고. 책 읽고. 영화 보고. 그게 전부야. 정말일까?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계획 중 가장 어려운 것들부터 해치워. 매일매일 연재. 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매일을 얽매이는 것이 두렵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데.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 간신히 먹고 살 정도만 벌면 나중에 아무 대비 없이 쇠약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금 하자. 외면하지 말고. 숨가쁘다. 역시 운동하는 시간이 기쁘다.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하거나.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시험해보자.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할 필요조차 없음. 그냥 기분이 좋다고. 마약이라도 맞았나?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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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통을 치료하며SW 2025. 6. 1. 19:05
왼발의 신경통을 치료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나는 이것이 지간신경종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료 결과 단순 신경통으로 밝혀졌다. 의사 선생님은 약이 잘 들을 거라고 하셨다. 아직은 차도가 없다. 지난주에는 오른발에도 비슷한 불편감이 생기고 양손이 저려 혹시 당뇨 합병증으로 말초신경병증이 온 게 아닌가 의심했다. 아직 증상도 짧았고 통증도 크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통증의 종류가 달랐다. 우선 발에 무리를 주지 않고 물리치료를 자주 받으며 지내기로 했다. 운동 센터에 일주일 홀딩을 말씀드렸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운동하고 땀 흘릴 수 없으니 슬프다. 다음주부터는 센터에 못 나가더라도 집에서 발에 부담이 덜한 홈 트레이닝을 하려고 한다.흐음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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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탐조SW 2025. 6. 1. 14:40
전쟁기념관 산책하다 직박구리를 보았다. 악마의 뿔 같은 가로등에 앉아 있었다. 직박구리는 특유의 울음소리 덕분에 알아보기 쉬운데 이 새는 어째선지 울지도 않고 유난히 검었다. 휴대폰 카메라로 확대해 본 후에야 알아봤다. 생각보다 크고 울지 않을 때는 매우 근엄한 새다.오리가 인공호수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밑으로 크고 무서운 물고기들이 지나다녔다. 둘은 어떤 사이일까.숙대 앞 매치스라는 맥주 가게에서 맥주를 마셨다. 안주도 세 개나 주문하고 맥주도 세 잔씩 마셨다. 11만원이나 나왔는데 내 마감 기념이라며 융이 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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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S소각장 2025. 6. 1. 01:28
또 생리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정말 화가 나는군요방금까지 친구와 카톡으로 약속을 잡고 정말 기분이 좋았는데요 생리의 기미를 느끼고는 아주 화가 납니다 어째서 이렇게 간단합니까 야속하네요참 좋은 꿈을 꿀 자신이 있었답니다피가 쏟아질 걸 생각만 해도 짜증이 솟구칩니다무척 화가 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매우 화가 난답니다 참 비효율적이군요 어떤 면에서는 효율적인 걸까요?화가 나는군요 적절한 농담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PMS가 농담의 샘을 마르게 하였어요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참 착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아닌가 싶습니다한 달에 한 번 피를 흘리게 만드는 생리아먈로 천하의 악당입니다주적은 몸 안에 있고 대면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습니다 화를 사람들에게 옮기는 바보짓은 하지 않으렵니다아무튼 굉장히 화가 나는데요 여기다가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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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의 하루소각장 2025. 1. 7. 14:42
이런 식으로 무언가 찾으리란 기대는 없지만, 두부를 넣은 라면이라든지, 엄지 발가락 부분이 뜯어져 버린 어그부츠보다는 낫잖아. 방문한 모든 편의점에 의혹이 남아. 알바하는 아저씨들, 어느 나라 사람일까? 고등학생도 있어. 요새는 고등학생이 실종된 것 같잖아. 중학생은 중학생처럼 보이지만, 고등학생은 성인처럼 보이지. 사람들은 사회성 떨어져 보이는 어른에게나 고등학생 같다고 말해.무거운 스웨터만을 책임지고 싶어. 짊어진 만큼 따뜻해진다면. 아무도 스웨터처럼 친절한 약속을 해주지 않는다구. 난 쌀쌀맞은 겨울을 나고 있어. 기분이 나빠. 이상하지.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난 저 문장을 다시 삭제할 수밖에 없어. 지금은 그러지 않을래.아무것도 반복하기 싫어진다. 반복할 바에야 번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