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죽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친환경이다책 앨범 2023. 4. 13. 17:25
DMC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를 읽었다.
클라우저 Ⅱ세 이 친환경 짤로 유명한 만화다.
주인공 네기시는 유러피안 팝 음악을 좋아하는 존재감 없는 사람이지만 사실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라는 데스 메탈 밴드에서 송 메이킹과 기타, 보컬을 맡고 있다. 활동명은 클라우저 Ⅱ세. 눈에 띄지 않는 외모에 소심한 성격인 네기시의 평소 모습과 달리 클라우저 Ⅱ세는 강간 판타지와 살인 충동으로 점철된 노래를 작곡해 부르며 많은 팬을 얻는다.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은 봄바람에 차 한 잔 마시며 즐길 수 있는 팝 음악인데 현실은 하드코어한 데스 메탈에 뇌까지 절여져 위험한 상태. 네기시는 기획사 사장으로부터 라이브 외의 인터뷰 등에서도 같은 컨셉의 언행을 보이도록 강요받는다. 폭언과 기행을 일삼고 라이벌 밴드의 공연에 난입하며 매니아들이 원하는 클라우저 Ⅱ세의 괴랄한 모습을 너무 잘 소화하고 있는 네기시..갈수록, 진짜 강요 때문에 하는 건지?
개그만화다 보니 패턴이 좀 반복된다. 작가가 어떻게 끝까지 그렸는지 좀 신기한 부분. 전혀 웃기진 않았고 그냥 네기시와 내가 조금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서 수치스러워하며 읽었다. 강제로 자기 객관화하는 기분. 네기시에게 비위가 상하는 만큼 자동으로 반성하게 된다. 언젠가 스스로가 고결하다는 착각에 빠져 살아가게 된다면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를 읽음으로써 언제든지 더러운 속내가 노출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품어야겠다.
뮤지션이 되지 않았다면 엽기적인 살인마가 됐을 테니까.
'책 앨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고양이 (1) 2023.04.17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0) 2023.04.17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0) 2023.03.24 레몬 (0) 2023.03.22 My Brain Still Needs Glasses (0) 2023.03.21